석기시대·청동기시대·철기시대…. 시대를 구분 짓는 도구의 변화는 알고 보면 에너지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불이라는 에너지를 더 효과적으로 다루는 부족만이 돌에서 청동과 철을 뽑아낼 수 있었다. 에너지를 더 잘 다루는 부족은 지배자가, 그렇지 못한 부족은 노예가 됐다. 에너지를 주도하는 나라가 패권을 쥐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산업혁명은 다른 말로 석탄 혁명, 석유 혁명이다. 석탄을 떼 증기기관을 움직이는 법을 개발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됐다. 석유 혁명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전기 혁명을 이끈 미국은 그 이후로 지금까지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그 시대가 저물고 있다. 또다시 에너지 대격변기다. 석탄과 석유로 인류는 위대한 문명을 일으켰지만 기후 변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우리에겐 더 안전하고, 더 깨끗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인류는 태양광 발전이라는 해답을 찾아냈다. 석탄과 석유처럼 수십만 년간 축적됐던 자원을 캐내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매일 새롭게 비추는 태양 빛에서 공해를 일으키지 않고 곧바로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놀라운 기술이다.

태양광 발전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은 전쟁만큼이나 치열하다. 기술 발전도 눈부시다. 미국·독일·호주에선 이미 태양광 발전이 다른 석탄·가스보다 높은 경제성을 확보했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추천하는 초저금리 시대의 투자처로도 각광받고 있다.

한국은 경계에 서있다. OECD 국가 중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20년째 최하위다. 그런데도 태양광 발전 모듈과 모듈의 원료를 만드는 기업의 기술은 세계 최정상급이다. 우리는 점점 뜨거워지는 태양광 시대를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가 되돌아 볼 시점이다.

태양광 발전은 기술은 어떻게 진보하고 있는가. 대한민국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태양광 시대를 타고 도약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태양광 발전을 둘러싼 연구는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빌 게이츠는 유망한 미래 에너지 기술 3가지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중 2가지가 태양광 에너지와 관련된 혁신 기술이다. 첫째는 태양광 화학반응으로 식물이 광합성을 하듯 태양광으로 물에서 수소를 분리해 에너지로 쓰는 기술이다.

다른 하나는 태양광 페인트다. 건물 벽이나 자동차, 심지어 휴대전화 표면 위에 발라서 발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빌 게이츠는 이런 미래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마크 저커버그, 마윈 같은 세계 경제계 거물들과 함께 100억 달러가 넘는 기금을 조성했다.

태양광 모듈의 기술적 발전은 디자인에도 혁명적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더 아름다운 태양광 모듈이 나오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곳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게 될 것이다. 이 밖에도 태양광 발전은 인공지능ㆍ빅데이터ㆍ에너지 저장장치ㆍ블록체인과 결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미래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미래의 에너지로 태양광을 선택했다. 에너지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한국의 태양광 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한화큐셀은 셀 생산 규모가 연간 8GW(기가와트ㆍ1GW는 1000㎿)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계 기업의 저가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태양광 사업을 거의 공짜에 가까운 돈으로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정부 차원에서 전폭 지원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은 정부 지원 없이 제대로 꽃피우기 힘든 대규모 프로젝트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태양광 기업들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좁은 국토 여건상 고효율 제품을 우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격 낮추기에 골몰하는 중국계 기업보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인 동시에 국내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도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에너지 민주화에 기여한다.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기존 발전 시설과 달리 태양광 발전은 시민이 직접 전기를 만들고 바로 쓸 수 있어서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 방식을 사용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에너지 민주화는 에너지 양극화 해소로 연결된다. 선진국들은 한계 수명을 넘은 태양광 모듈을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에 무상으로 지원한다. 수명이 다 된 모듈의 효율도 신형의 80%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에너지 빈곤 문제와 도시ㆍ농촌의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빈곤층 가정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지원하고 발전 수익을 나눠 갖는 프로그램을 운영 한다. 국내에서도 한화 그룹이 사회 복지시설 등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지원하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 ‘해피선샤인’을 통해 에너지 민주화와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7년 간 773만kWh의 에너지를 지원해 왔다.

태양광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뜨겁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태양광 발전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단독주택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며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급자족을 독려하고 있다. 독일은 20여 년째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 시스템 변화를 실천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도 절호의 기회다. 한국은 지금까지 석유와 석탄 등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했다. 유가가 뛸 때마다 경제가 흔들렸다. 태양광 시대에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도 ‘에너지 독립국’이 될 수 있다. 독립을 넘어, 대한민국이 생산한 모듈로 다른 나라가 에너지를 만드는 ‘에너지 수출국’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빠르게 태양광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근거 없는 가짜 뉴스에는 더는 속지 말자. 태양광 발전을 하기엔 땅이 부족하다는 고정관념도 깨자. 아파트 베란다, 유휴 부지를 활용하면 전체 에너지의 20~30%를 태양광 발전을 통해 만들 수 있다. 기업은 기술과 디자인 혁신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더 아름다운 태양광 모듈을 개발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은 사물이 모두 인터넷과 연결되고, 자율주행 전기차로 이동이 자유로워지는 스마트 시티의 유력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반도체와 IT가 발달한 한국은 태양광 시대에 그 어떤 나라보다 매력적인 스마트시티를 만들 수 있다. 태양광 발전과 다른 산업이 융합하면 더 큰 기회가 생긴다.

사회 전반의 문화도 바뀐다. 석탄과 석유로 에너지를 만드는 데는 거대한 자본과 설비가 필요했다. 그러나 태양광 시대에는 누구나 쉽게 에너지의 생산자가 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조직 사이의 관계가 지금과는 달라진다. 높은 비전을 세우고, 교육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에 걸맞은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

태양광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그 온도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시장과 시대를 지배하는 리더 자리는 아직 비어있다. 대한민국의 도전은 아직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