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AGE
슈퍼 에이지 시대, 소비권력을 말하다
지금 가장 큰 트렌드의 물줄기는 무엇일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하는 기업은 늘 트렌드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미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이자 생존 전략의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인구구조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평균 연령은 1990년 29.5세에서 2017년 41.2세로, 2035년에는 49.6세로 상승할 전망이다. 고령인구가 청년보다 많아지는 ‘슈퍼 에이지(Super Age)’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1951~1980년 출생한 ‘그랜드 제너레이션(GG)’은 총 1800만 명으로, 자본을 축적한 막강한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YOUNG FIFTY
영 피프티
지난 6월 25일 서울 소공동에서 열린 ‘트렌드콘서트 2024’의 주제 역시 ‘영 피프티(Young Fifty).’ 우리가 알던 50·60이 아닌, 완전히 다른 세대의 탄생과 이들이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지식 공유 행사다. 서울대 소비트렌드센터가 주축이 돼, 시몬스와 중앙일보 비크닉이 공동주최로 참여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 교수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김성준 시몬스 브랜드전략부문 부사장, 김지현 SK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 강남일 GS리테일 TV홈쇼핑 사업부문장 등 각계 전문가들이 연단에 섰다. 앞으로 변화할 소비 시장의 트렌드와 가능성에 대한 화두를 다시 정리해봤다.
젊게 사는 시니어는 과거에도 있었다. 단지 젊은 시니어가 아니라, 마치 다년생 식물처럼 자신이 속한 세대에 얽매이지 않는 탈 세대, 퍼레니얼(Perennial) 세대가 등장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 교수
현재 시니어 시장을 분석할 때 ‘페르소나 스터디’는 위험하다. 성별·연령 등 인구학적 특성이 아니라 이들의 ‘사회적 행동(social behavior)’을 관찰해야 유효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김성준 시몬스 브랜드전략부문 부사장
영 피프티,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
와인세대는 와인처럼 숙성한 45~64세를 일컫는 단어로 지난 2006년 제일기획이 제시한 단어다. 거의 20여 년 전부터 젊게 사는 기성세대에 대한 담론이 있어온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다시 젊게 사는 기성세대에 대한 화두를 왜 꺼내야할까. 김난도 교수는 “퍼레니얼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입각한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세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일하고, 배우고, 상호작용하는 탈세대형 인류”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 피프티는 단지 젊게 사는 시니어가 아닌 새로운 세대 담론의 대표주자”라고 말했다.
영 시니어
오팔세대
액티브 시니어
뉴 실버
와인 세대
어반 그래니
탈세대형 인류,
멀티 제너레이션이 등장하는 이유
가속적 기술 발달
2000년 이후로 사회가 압축적으로, 폭발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15~30년을 기준으로 나누는 세대적 특성을 예전처럼 하나로 뭉뚱그리기가 어려워졌다.
늘어난 HLY(Healthy Life Year)
건강하게 살 것으로 기대되는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단지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간이 늘어났다. 스스로 지각하는 나이도 계속 젊어지고 있다.
순차적 인생 모델의 유연화
24세에 취업, 30세에 결혼, 60세에 은퇴하는 등 연령대에 맞춰진 순차적 인생 모델이 없어졌다. 인생을 설계하는 데 있어 나이가 중요한 요소가 더는 아니게 됐다.
세그먼트의 종언
이제는 성별, 연령, 지역, 계층 등 인구학적으로 소비자를 분류하는 것은 낡은 시도가 됐다. 이른바 세그먼트의 종언이다. 무엇보다 특정 세그먼트를 어떤 고정관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위험해졌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소비자 행태와 가치관이 분화해 제각각이 된 것. 나이로 개인을 정의하는 시대가 저물었다.
그랜드제너레이션은
누구인가
소비주역 된 그랜드 제너레이션,
최대 관심사는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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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세에서 74세를 가리키는 그랜드 제너레이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부유한 세대’로 여겨지는 이들은 재력은 물론, 체력과 문화적 감수성을 갖췄으며 건강·미용·뷰티에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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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건강과 직결되는 수면 시장의 전망이 밝다. 지난 2011년 4800억원에 그쳤던 국내 수면 시장은 2022년 3조원까지 커졌다. 건강 관련 소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그랜드 제너레이션이 이끄는 프리미엄 수면 시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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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브랜드 시몬스는 지난해 12월 GG세대의 애청 프로그램인 ‘미스트롯3(TV조선)’에서 우승 상품으로 시몬스 침대 ‘뷰티레스트 지젤’을 내놓는 등 발 빠른 마케팅 행보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지젤의 판매량은 직전월 대비 33%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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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는 시니어 시장 공략의 카드로 ‘품질’을 내세운다. 특히 수면 중 각성 빈도가 높은 시니어층에게 시몬스의 핵심 기술인 포켓스프링은 흔들림 없는 최적의 수면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환영받는다. 또한 안전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시몬스는 국내 침대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국민 매트리스 3대 안전 키워드(라돈 · 토론 안전제품 인증, 난연 매트리스, 친환경 인증)를 실천하고 있다.
그랜드 제너레이션을 사로잡는 법
Youth Culture
‘유스 컬처’는 항상 유효하다
샤넬의 주 고객층은 40대 이상 중장년층. 하지만 모델은 블랙핑크 제니 등 20대 모델을 기용했다. 일종의 선망성이다. 브랜드를 살아있게 하려면 젊은 문화 안에서 끊임없이 살아있다는 감각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유스컬처는 한때 청년이었던 중장년, 시니어층에게도 추억과 재미를 환기한다는 점에서 꼭 가져가야할 요소.
“내 소명은 샤넬 재킷의 명성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게 하는 것”
칼 라거펠트
human touch
오프라인의 ‘휴먼터치’를 공략하라
오프라인은 비싼 경험의 장이다. 그리고 현재의 시니어층은 기꺼이 오프라인의 비싼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재력과 체력이 있는 세대다. 다만 오프라인에서만 줄 수 있는 섬세한 ‘휴먼 터치’가 필요하다. 고급 백화점 매장의 매니저들이 단골손님과 관계를 쌓아나가듯, 프리미엄 고객층을 공략하는 데 친밀한 오프라인 접점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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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SK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
AI(인공지능)는 우리의 신체·두뇌·정신건강을 증강시킨다. 시니어들도 생성형 AI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늘리고, 피지컬 AI를 통해 신체적 불편함도 극복할 수 있다. 5060의 연륜과 경험이 인공 지능 기술과 만나면 앞으로 훨씬 다양한 일들을 조화롭게 처리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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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듀오정보(주) 대표이사
놀랍게도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는 시니어 회원들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 회원 중 5060 이상의 비중이 기존 0.29%에서 3.23%로 11배 늘었다. 실제 결혼 활동을 하는 5060 회원은 2200명, 잠재 회원인 준회원까지 합하면 3만 2000명이 넘는다. 이들은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건강과 자기관리에 충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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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일GS리테일 GS SHOP TV홈쇼핑 사업부문장
요즘 50대는 루테인(눈 영양제)보다 선글라스를 더 많이 산다. 이들은 한국 연평균 경제성장률 9%대를 30년간 유지했던 시대를 살면서 어린 시절부터 많은 소비 경험을 축적한 세대다. 이들의 관심사나 라이프스타일은 앞으로 나올 서비스와 상품 기획의 주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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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엽로쉬코리아 대표
시니어들이 자산이 많아서 고가의 좋은 서비스에 열려있다는 기대를 한다. 하지만 이들은 50~60년 동안 너무나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해본 세대다. 소비 심리는 나이가 들면서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를 전환시키는 요소로 엄청나게 친화적인 ‘가격’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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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힘찬닥터튜브 대표
임영웅 콘서트 티켓팅을 못한 분들이 공연장 밖에서 공연장 겉을 본다는 의미로 ‘겉돌이’라는 문화가 있다. 겉돌이 전용 티켓까지 만들어 스스로 즐기는 분들이 많은데, 이걸 연민의 시선으로 본다면 시니어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성을 잘못 짚은 것. 시니어 친화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시니어를 시니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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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은중앙일보 비크닉 랩장
시니어를 단지 나이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 철학이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어른을 어른답게 브랜딩하는 데 있어 하나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다양성·포용성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화두가 된 지금, 시니어를 어떻게 편견 없이 바라볼 것인가는 브랜드의 올바름을 가르는 하나의 관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