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zheimer’s Disease

Drug Development

110년 절망의 역사… 희망이 보인다

치매, 궁극의 치료제 나올까

  • 당신이 치료제가 없는 병에 걸린다면. 그 병은 증상이 나타나기 20년 전부터 이미 시작되는 것이라면. 그 병에 잘 걸리는 특성이 당신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면.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 병이 당신의 사랑했던 기억과 아름다운 추억을 지워버리고 인간성을 앗아간다면. 인간을 가장 무력하게 만들고 절망에 빠뜨리는 이 병은 바로 치매, 그 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이다.
  • 현대의학이 포기한 사람이 완치되는 기적 같은 이야기가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할 때가 있다. 그 이야기엔 한 인간의 초인적인 의지와 주변에서 그를 돕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하지만 일말의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질병이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세계엔 기적과 감동이 없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도 그가 마지막 숨을 뱉는 날까지 지옥 같은 나날을 견뎌야 한다.
  • 인간의 영혼은 증발하고, 암흑 같은 심연만 몸뚱이를 채운 듯하다. 눈부시게 발전한 의학도 알츠하이머병 앞에선 무기력하다. 암, 심장질환, 뇌질환 분야는 나날이 발전했다. 하지만 21세기의 의술도, 대자연의 법칙도 유독 알츠하이머병에만 예외인 것처럼 보인다. 환자의 영혼을 앗아가고, 가족을 절망에 빠뜨리며, 의료진을 좌절케 한 알츠하이머병. 하지만 반전의 실마리가 나타났다.

*치매 환자의 71.3%는 알츠하이머병 (2012년 분당서울대 병원 전국 65세 이상 노인 6008명 대상 조사)이다.

여전히 신약 성공률은 0 %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아직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부검을 통해서만 알츠하이머병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예방도 매우 어렵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나타나기 20년 전부터 시작된다는 보고도 있다. 징후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면 막기에는 늦었다. 특히 아시아인은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한 APOE4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약 20%에 이른다. 신약 성공률은 사실상 0%로 수렴한다. 2003년까지 나온 약은 겨우 4개, 이마저도 모두 원인을 치료하지는 못한 채 증상을 완화하는 작용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2003년 이후에 성공한 신약이 없다. 그래서 더 절망적이다.

  • 치매 유형별 분포 71.3%
  • 전체 인구 중 아시아인의
    APOE4 유전자 보유 비율
    20%
  • 2003년 이후
    신약 성공률
    0%
  • 현재까지 출시된
    증상완화 약물 4종
    4

최근 5년 간의 연구
성과와 치료제 발전을
보면 알츠하이머병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제프리 커밍스 Jeffrey L. Cummings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신경연구소 교수

110년만에 조금씩 꿈틀대는 희망

알츠하이머병이 발견된 지 110년, 최근 들어 희망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최근 5년 간의 연구 성과와 치료제 발전을 보면 알츠하이머병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제프리 커밍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신경연구소 교수는 말한다. 커밍스 교수는 2014년부터 알츠하이머병 관련 모든 신약 연구를 총망라해 온 알츠하이머병의 권위자다. 2020년 2월 27일 기준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총 121개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136건의 임상시험을 분석해 이런 평을 내놓았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사고의 전환, 오랜 가설의 한계를 돌파하다
베타아밀로이드
찌꺼기 제거

과거커밍스 교수의 낙관은 근거없는 망상이 아니다. 알츠하이머병 연구는 최근 들어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할 만큼 큰 변혁을 겪었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의료계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뇌에 찌꺼기 (베타아밀로이드플라크)가 쌓여서 알츠하이머병이 생긴다는 가설이 가장 주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환자를 부검해보니 뇌에서 그런 현상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현상은 알츠하이머병의 결과로 나온 것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타아밀로이드 찌꺼기를 제거해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의 전환, 오랜 가설의 한계를 돌파하다
타우 단백질
덩어리 제거
항염증/항산화/
혈관인자 해결
신경 재생

현재몸에 생기는 고름이 감염의 결과이듯, 뇌에 쌓인 찌꺼기도 이 고름처럼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아니라 어떤 문제의 결과라는 것이다. 최근 연구들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이 찌꺼기뿐 아니라 덩어리(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나 염증, 산화, 혈관 문제, 면역체계 등 다양한 곳에서 찾고 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알츠하이머병을 인지하는 새로운 지표(바이오마커)가 속속 개발되면서 임상이 빨라지고 효율이 높아졌다. 당뇨·고혈압 등 다른 질환 치료제가 알츠하이머병에도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어 치료제 개발에 희망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요즘 신약들은 과거와 스펙이 다르다

요즘 실험 중인 신약들의 면면을 보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과거 신약들은 대개 증상 완화나 베타아밀로이드 제거에만 초점을 맞췄다.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 신약 후보들은, 대형 제약사가 개발해 큰 기대를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2013년 화이자의 포네주맙, 2016년 릴리의 솔라네주맙, 2019년 로슈의 크레네주맙이 임상 실패했다. 하지만 최근 신약은 더 포괄적인 원인을 다룬다. 또 증상 완화보다 질환의 해결 자체에 도전하는 약물이 늘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임상에 진입한 1·2상과 더 오래 된 3상을 비교해 보면 그런 경향성이 뚜렷이 보인다. 임상 3상 진행 중인 신약 29개 중 질환조절치 료제 (증상 완화를 넘어 질병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제)의 비율은 59% (17개) 였지만, 2상 65개 중엔 85%(55개), 1상 27개 중엔 93%(25개)를 차지한다.

증상 완화보다 질환 자체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질환조절치료제만 놓고 볼 때 3상 신약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건 35%지만 2상에선 14%로 낮아졌다. 그만큼 베타 아밀로이드가 아닌 여러 원인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신약이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근본적 치료를 노린다
  •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

    다양한 기전으로 복합
    작용해 근본적 치료에 접근

    최근 신약은 항염, 항산화, 신경재생, 혈관등 다방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베타아밀로이드뿐 아니라 다양한 기전을 통해 복합적으로 작용하도록 개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발견해 빨리 관리하고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상에 소아마비가 없어진 것도 이러한 전략에 근거해 백신 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 개선된 생체지표
    (바이오마커)

    임상 효율 증가로
    치료제 개발을 앞당김

    혈액 속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확인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함으로써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방법도 나왔다. 미국 세인트 루이스 워싱턴 의과대학 랜들 베이트만 교수의 혈액 검사법은 임상의 시간·비용 효율을 두 배 이상 개선한 것로 평가받는다.

  • 용도변경 약물

    이미 안전성 입증됐기에
    임상 편의 증가

    용도변경(repurposed) 물질도 많아지고 있다. 다른 치료제로 이미 허가를 받았지만 복잡다단한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는 약물이다. 당뇨병 치료제가 임상에 참여하기도 하고, 항염·항산화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실험하기도 하고, 뇌의 수용체에 작용하는 여러 물질들이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과를 기대하고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런 혁신 속에 새로운 접근법으로 최근 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물질들 중 대표적인 것이
젬백스앤카엘의 GV1001 오리존 제노믹스·ADDF의 ORY-2001 알카헤스트의 GRF6019
UCSF의 레베티라세탐(Levetiracetam) 등이다.

텔로머라제 에서 유래한 GV1001

GV1001은 다양한
타깃에 작용하는 물질,
매우 성공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
약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제프리 커밍스 Jeffrey L. Cummings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신경연구소 교수

이 중 젬백스앤카엘의 GV1001은 텔로머라제에서 유래한 약물이다. 텔로머라제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시켜주는 물질로 1987년 발견됐을 때, 학계뿐 아니라 의료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텔로미어라는 물질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텔로미어는 DNA를 보호해주는 끝부분의 덮개로, 이 것이 닳으면 세포가 사멸하고 생명체는 노화한다.
텔로머라제는 텔로미어의 기능을 보전해줌으로써 세포의 사멸을 막고 노화를 늦추는 기능이 있다. 이를 발견한 3명의 과학자는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GV1001은 노르웨이의 과학자들이 텔로머라제를 이용해 개발한 물질로, 여러 연구 결과 항암 면역 관련 효과 및 항노화·항염·항산화 등 세포 보호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한국 회사인 젬백스앤카엘이 이를 사들였고, 알츠하이머병 임상 2상을 마치고 임상 3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희망의 싹이 보이는 물질들
물질명 메커니즘 특이사항 / 치료상 목적
GV1001 세포보호, 항염, 항산화 텔로머라제에서 유래한 물질
ORY-2001 후생유전학(유전자 발현에 관여) 신경보호에 관여하는 2개 효소에 작용
GRF6019 신경보호, 항염증 젊은 성인의 혈장 추출물
Levetiracetam 신경보호 기존 뇌전증 치료제로 시냅스 기능 강화
다른 신약들도 기존 접근 방식과 다른 경로로 알츠하이머병의 해결에 나서고 있다.
  • 오리존 제노믹스·ADDF의 ORY-2001

    후생유전학에 관여하는 물질로 히스톤 단백질에 관여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원인을 복합적으로 막아줄 목적으로 개발 중이다.

  • 알카헤스트의 GRF6019

    젊은 성인의 혈장 추출물에서 개발한 물질로 항염 작용이 있어서 노화와 관련된 질병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UCSF의 레베티라세탐(Levetiracetam)

    원래 뇌전증(간질) 치료제로 특허를 받은 물질이지만 현재는 뇌 신경세포 보호에도 작용할 것을 기대하고 UCSF의 주도로 용도변경 약물로서 임상에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항염 효과가 있는 강황 추출물로 만든 치료제, 뇌 수용체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개발한
코그니션 테라퓨틱스의 CT1812, 존스홉킨스대의 드로나비놀(Dronabinol),
에자이의 렘보렉산트(Lemborexant) 등도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알츠하이머병 해결에 다가서고 있는 인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는 평균 57억 달러가 든다.
항암제 개발비의 약 7배, 일반 신약의 약 2배 크다.
현재까지 질환치료제의 성공률은 0%.
하지만 2020년 2월 현재 121개의 물질이 136건의 임상을 통해 이 0%에 도전하고 있다.
증상 완화보다 질환 자체의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는 물질은 해마다 늘고 있다.
병의 원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의료 기술도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어서다.

알츠하이머병이 언젠가는 해결되리라는 희망의 빛이
점점 더 밝게 드리워지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만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여전히
많은 제약사가 그 작은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요겐 윈로스 Jorgen L. Winroth 젬백스앤카엘 해외투자 IR 담당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