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식품회사 H사. 20년 가까이 전국 규모 프랜차이즈를 운영해 온 황인숙(가명) 대표는 직원 수십 명의 인사 관리를 직접 챙기고 있다. 그의 책상엔 매출·거래처·인사 관련 서류가 가득했다.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무사를 고용했지만, 크고 작은 기재 오류가 있어서 맞춰보고 있어요.”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는 지문인식 시스템은 있지만, 근태관리는 오롯이 수작업이다. 직원이 출장이라도 가면 출퇴근 기록이 누락되는 등 변수가 많아서다. 인사 담당자가 엑셀 파일에 근태를 정리해 노무사에게 넘기고, 노무사가 보낸 임금명세서를 재확인해야 월급 줄 준비가 끝난다.

인사를 담당하는 박성우(가명) 이사는 “직원들에게 급여는 가장 예민한 문제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실수를 하지 않았는지 여러 번 확인을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카카오톡으로 임금명세서를 하나씩 보내려다 실수로 모든 직원의 임금 내역을 한꺼번에 공유한 것. 이후 한 달에 한 번, 월급 주는 날이 가장 긴장되는 날이 됐다. 황 대표는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 규제에 챙겨야 할 것은 더 많아졌다”며 “사람 쓰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스타트업 CEO에게도 임금대장을 기록하기 위한 제반 업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스포츠용품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신민재 대표는 처음엔 혼자 임금명세서를 작성했다가 두 번 만에 결국 세무사에게 맡겼다. 단순히 귀찮거나 번거로워서가 아니었다.

그는 “임금명세서 관련된 정보를 찾고 확인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웠다”면서 “비용이 들더라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사업에 집중할 수 있어 더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창업을 하면 A부터 Z까지 챙겨야 한다.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진짜 중요한 일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서울 강남구에서 패션 관련 회사를 운영 중인 이연주(가명) 대표도 회사가 성장하고 직원 수가 늘면서 전문 업체에 맡기는 걸 고려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매출 끌어올리는 것만 생각해도 긴장 상태”라며 “임금명세서 작성하겠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작업하는 게 벅찼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