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태양보다 뜨겁다 ‘솔라 이코노미’

세계는 이미 태양광 시대

태양 에너지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

우리도 믿을 수 없었지만,
30년 뒤엔 전 세계 전력의 100%가 신재생에너지에서 나올 것이다.

- 핀란드 라핀란타공과대학(LUT) 연구진

태양보다 뜨겁다 ‘솔라 이코노미’

CHAPTER 1.

‘태양광 혁명’, 30년도 안 남았다

신재생으로만
전기 100%를 만든다구요?

전 세계 사람들은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전기를 사용할까. 태양광 경제학과(Solar Economy)로 유명한 핀란드의 라핀란타 공과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세계 전력 사용량은 2만4310TWh(테라와트시=10억 kWh)였다. 그리고 이 많은 전력 가운데 무려 70%가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화석연료(Fossil fuel)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30년 뒤에는 에너지 지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라핀란타 공과대학 연구진이 세계 전 지역을 145개 구역으로 구분하고 전력과 기후 데이터를 적용해 모델링 분석을 한 결과 2050년에는 세계적으로 필요한 전력(4만8800TWh)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 낼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진들도 이 결과를 믿을 수 없어 6개월에 걸쳐 결과를 검증하고 이후로도 20회 넘게 모델링 결과를 업데이트했지만 매번 결과는 같았다. 특히 태양광은 ‘혁명’ 수준이었다. 2050년 태양광 발전의 에너지 공급 비중이 69%로 나온 것이다. 세계가 태양광으로 돌아가는 ‘솔라 이코노미(Solar Economy)’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2022년, 태양광 시장을 이끌 주요국가와 발전규모

단위:GW(기가와트)

  • 중국 339.8
  • 미국 114.2
  • 인도 97.4
  • 독일 63.2
  • 이탈리아 26.9
  • 호주 23.0
  • 프랑스 19.7
  • 멕시코 15.3
  • 영국 14.7
  • 한국 14.5

※ 출처: 인터솔라유럽 전망치

국가별 태양광 발전 정책적 지원 기상도

  • 중국 맑음
  • 미국 구름 조금
  • 인도 맑음
  • 독일 구름 조금
  • 호주 맑음
  • 프랑스 구름 조금
  • 이탈리아 구름 조금
  • 멕시코 맑음
  • 영국 흐리고 비
  • 한국 맑음

※ 출처: 인터솔라유럽 전망치

‘규모의 경제’ 이룬 태양 에너지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가장 많은 신규 전력 설치량을 보이는 건 태양광이다. 2017년의 경우 풍력으로 52GW의 전력을 만들었지만 태양광은 2배에 가까운 98GW나 된다. 많은 나라들이 태양광 발전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성과 효율성이 좋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어느새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돼 가고 있다. 국제신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대규모 태양광 단지(유틸리티급) 태양광의 경우, 2017년 평균 발전비용은 kWh(킬로와트시)당 10센트였다. 2010년에 비해 가격이 무려 73%나 떨어졌다. 기술의 발전으로 효율성이 높아지고 대규모 생산으로 ‘규모의 경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2020년엔 태양광이 원자력 발전비용보다 훨씬 싸질 것으로 분석했다. 에너지 조사기관인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도 2030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태양광이 가장 경제적인 발전기술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도 2025~30년, 가격 역전

한국에선 여전히 태양광보다 원자력의 발전 비용이 낮다. 하지만 추세로 보면 태양광 발전 비용은 낮아지고 원자력 발전 비용은 높아지고 있다.

산업조직학회는 한국의 원자력 평균 발전비용이 2017년 kWh당 78.5원에서 2030년 80.2원으로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태양광은 123.1원에서 78.4원으로 대폭 하락할 것으로 봤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역시 2025~2030년 사이 원자력 평균 발전비용은 89.6원인 반면 태양광 발전비용은 84.2원으로 예측했다.

원자력 발전을 줄여가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 봤듯이, 원전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할지라도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 규모와 정도가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할 수 없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60년대에 들어서면 원전은 세계적으로 극소수만 운영될 것으로 전망한다. 좋든 싫든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태양보다 뜨겁다 ‘솔라 이코노미’

CHAPTER 2.

신재생에너지는 ‘경제 빅픽처’

독일 기재부가 ‘경제에너지부’인 이유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친환경’과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표적인 나라다. 20년에 걸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6%(2018년 상반기)까지 늘리면서도 미국·중국·일본에 이은 세계 4위 경제 강국으로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흥미롭게도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곧 경제 정책이다. 한국의 기획재정부에 해당하는 부처명이 ‘경제에너지부(BMWi)’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BMWi의 언론홍보담당관 안나 소피 아이흘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이 독일과 유럽의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미래 먹거리 발굴,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 등 다양한 전략이 담긴 ‘빅 픽처’인 셈이다. 독일에서 ‘원자력이 옳다, 신재생이 옳다’ 같은 이분법적 논쟁이나 ‘보수=원자력, 진보=신재생’ 같은 정치적 편가르기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 기업, 독일 ‘빛의도시’를 밝히다

독일 작센주의 작은 도시 탈하임. 옛 동독 지역이었던 이 도시는 독일 통일 후 사람들이 서독 지역으로 빠져 나가며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빛의도시’ 즉 ‘솔라시티’로 불린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허허벌판이었던 부지에 태양광 업체들이 자리를 잡으면서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한화큐셀이다. 큐셀은 태양전지와 태양광 모듈을 만들던 독일 기업인데 2012년 한국의 한화그룹이 인수한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적인 태양광 솔루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한화큐셀은 2018년 독일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한국과 미국, 일본 시장에서도 점유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본사가 한국으로 이전된 후 탈하임 연구개발(R&D) 센터는 한화큐셀의 글로벌 기술혁신 본부가 됐다. 약 400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신기술을 연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전지와 모듈을 개발한다. 크리스티안 거빅 R&D 수석 전문가는 “태양광 모듈은 언뜻 보기에 단순한 네모 판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고난도 최첨단 기술이 모인 집합체”라며 “성능은 좋아지고 무게는 가벼워지고 가격은 계속 내려가는 기술의 발전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극한 환경도 이겨내는 태양광 기술

2018년 12월. 중앙일보가 방문한 ‘모듈 테스트 센터’에는 커다란 냉장고 모양의 설비가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큰 방’을 뜻하는 ‘체임버 테스트(Chamber Test)’현장이다. 이 방들은 온도·습도·열·빛 등 다양한 기후 요인을 조합해 태양광 모듈이 지구상 어떤 극한의 상황에서도 최소 25년 이상 수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테스트하는 곳이다.

예를 들어 ‘Damp Heat’방은 온도 섭씨 85도, 습도 85%의 환경에서 3000시간 이상 성능에 변화가 발생하지 않아야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 사막을 연상시키는 ‘Dry Heat’방은 영하 40도에서 영상 85도까지 급격한 온도 변화를 넘나드는 주기를 600회 이상 견디며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타격 테스트’는 우박이 시속 100km의 속도로 떨어져도 모듈이 깨지지 않도록 마치 야구 연습장처럼 모듈 표면에 얼음 덩어리를 발사해 댄다. ‘안전 테스트’는 사람이나 육중한 동물이 부딪힐 경우를 대비해 40kg 짜리 거대한 추로 모듈에 충격을 가하는 테스트다. 이 밖에 ‘감전 위험 방지 테스트’, 모듈의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빛 테스트’ 등 50가지가 넘는 핵심 테스트들이 진행 중이다.

태양보다 뜨겁다 ‘솔라 이코노미’

CHAPTER 3.

‘솔라 이코노미’가 바꾸는 세계 경제

새로운 이정표를 써가는 글로벌 태양광발전 시장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태양광 발전하면 경제가 죽는다?

신재생에너지가 화석 에너지나 원자력 발전의 일자리를 축소시켜 경제에 좋지 않을 거란 우려도 있다. 그러나 고용구조는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왔으며, 고용구조 변화가 곧 경제 성장 저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많은 국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미래 ‘고용과 성장의 기회’로 본다.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중국이 태양광 산업과 풍력발전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은 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부의장을 지낸 프랑스의 장 주젤 박사는 최근 프랑스 경제주간지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전환에 성공한 나라가 10년 뒤 최후 승자로 남을 것”이라며 “정부는 (고용구조)변화의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직업훈련 강화 같은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원자력 비중(72%)이 매우 높은 나라다. 그러나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OFCE)가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을 완전히 대체했을 경우를 모델링해보니 창출된 일자리 수가 사라진 일자리 수를 압도했다. 에너지 비용이 떨어지면서 가계 구매력이 상승했고 나라 전체의 부도 증가했다.

새로운 일자리 태양광이 원자력의 2배

미국 원자력에너지연구소 역시 원자력은 1GW당 500명의 일자리를 만들지만 태양광은 2배 이상인 1060명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라핀란타 대학은 2045~2050년 사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36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가운데 태양광 발전이 만드는 일자리가 무려 61%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태양광 산업 강국이다. 태양광 산업에서 나오는 매출만 연간 약 10조원이다. 시장 규모도 글로벌 톱10 이내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의 이상훈 소장은 “국내에서 태양광은 관련한 제조업 분야에서만 고용창출 효과가 1만4000명에 이르는데 시공·유지보수·발전사업 분야까지 하면 5만명이 넘는 고용창출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태양광이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 비용보다 낮아지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세계적인 흐름과 맞물려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2030년쯤에는 혁명적인 변화의 경험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100%를 선언한 글로벌 기업과 목표연도

  • google
    2017년
  • Microsoft
    2017년
  • CocaCola
    2020년
  • IKEA
    2020년
  • STARBUCKS
    2020년
  • Burberry
    2022년
  • Nike
    2025년
  • Adobe
    2035년
  • GM
    2050년

글로벌 수출까지 좌우할 ‘신재생 100%’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업계의 ‘핫 이슈’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사용 에너지의 100%를 신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 전환하자는 ‘RE100’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구글·아마존·이케아·마이크로소프트·스타벅스·나이키·네슬레 등 약 160개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구글 등 IT 기업들의 경우 막대한 전력이 들어가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데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 → 신재생에너지 투자 및 사용 확대 → 발전단가 하락’의 선순환을 경험하고 있다.

반면 RE100에 참여한 한국 기업은 아직 없다. 기업이 에너지원을 선택해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RE100이 ‘글로벌 무역규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해외 기업들이 국내 납품업체에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박연수 조사관은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미진한 기업들은 해외 거래 중단, 글로벌 불매 운동 등 수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며 “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