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0  

낯선 나라에서 낯선 청춘에게 낯선 제안을 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났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직은 낯선 나라

인도네시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7시간,
‘적도의 나라’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1만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인구가
2억6000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85% 이상이
이슬람 신자로 세계 1위다.
그런가 하면 세계 최대의 불교 유적인 보로부두르
사원이 온전히 보존돼 있는 ‘공존의 나라’다.
인구의 3분의 2가 39세 이하인 ‘젊은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땅이다.

수줍음 많던
대학생 NO,
무에타이 청춘
YES!

수도 자카르타는 꽉 막힌 차도 사이로 거친 소리를 내뿜고 달리는 ‘오토바이 부대’가 인상적인 도시다.
대학생 구스티아니(25)는 매주 수요일 오후 이런 교통체증을 뚫고 1시간30분 넘게 걸려 자카르타 도심에
위치한 ‘상상유니브’를 찾는다. 태국 무술인 무에타이를 배우기 위해서다.
이슬람 신자인 그는 히잡을 두르고 2시간씩 구슬땀을 쏟는다.
구스티는 “수줍고 소극적인 성격을 고쳐보려고 무에타이 수련을 시작했다.
이제 무에타이는 일상 속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 라며 환하게 웃는다.

스물한 살
학생,
열여덟 살
선생님

올해 21살인 무띠아라는 댄스 클래스에 등록했다.
K팝 리듬에 맞춰 ‘칼군무’를 연습할 때가 가장 신난다.
마지막 버스가 끊기는 밤 10시가 넘도록 연습을 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선생님’ 나디아(18)와 함께 댄스 공연을 하는 게 꿈이다.

상상유니브 자카르타를 통해 아예 인생 항로를 바꾼 청춘도 있다. 프란스스커스(26)는 지금 상상유니브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5년 바리스타 과정을 마치면서 커피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싹틔웠고, 그의 열정을
높이 산 회사 측이 스태프로 발탁한 것이다.
프란스는 “상상유니브는 나의 인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전환점이었다”고 말한다.
상상유니브 자카르타 사무국 운영을 맡고 있는 박세원씨는 “프란스는 보기 드문 성실파 청년이다.
그의 꿈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시골 청년
프란스의
인생 전환점
상상유니브 자카르타는
SangSangUniv. Jakarta
콘셉트

인도네시아 대학생의 자기계발 활동 지원
현지 조사 통해 수요 맞춘 커리큘럼 개발

수강 대상 및 강의 공간

인도네시아 대학생
자카르타 트리삭티대학 등 3곳

커리큘럼

바리스타, 요리, 댄스, 메이크업, 사진,
캘리그라피, 무에타이, 피규어 등 12개

수강 인원
2000명 이상 136명 402명
INTERVIEW. 리마 리소노와티 트리삭티대 교수
“타 대학 학생도 수강할 만큼 대성공
‘한류 3.0 시대’ 만드는 자양분 될 것”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의 사립대학인 트리삭티대의 리마 리소노와티(45·미디어학부)
부총장은 2015년부터 ‘상상유니브 자카르타’를 가까이에서 지켜봐왔다.
대학 캠퍼스 안에 전용 공간을 제공한 ‘든든한 후견인’이기도 하다.
그는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사회공헌이 한국 기업과 국가 이미지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나아가서는 ‘한류 3.0’의 토대가 될 수 있다”
고 진단한다.

Q.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상상유니브를 개설한 게
어떤 의미인가.
“학생들은 더 현대화된 교육에 대한 갈증이 많았다. 안타깝게도 인도네시아에는 이들의 교양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사실 딱히 여가활동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마침 한국의 KT&G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이 왔고,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받아들였다.”
Q.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의 호응이었다. 트리삭티대 재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 학생까지 참여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면서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자리를 잡은 듯하다.”
Q.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우리 학생들은 새로운 경험을 쌓을 기회가 부족하다는 게 큰 문제였다. 상상유니브가 지난 5월 500여 명의 대학생이 참여하는 토크콘서트를 열었는데, 이런 행사를 계기로 학생들의 세계관이 크게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Q. KT&G를 비롯한 한국 기업에 대한
인식 변화가 생겼나.
“(웃으면서) 사실 KT&G보다는 상상유니브라는 이름이 여기선 더 유명하다. 자연스럽게 KT&G나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Q. 두 나라의 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될까.
“물론이다. 두 나라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교류하는데 탄탄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한류’ 바람이 거세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 ‘대장금’ 같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류 열풍이 시작됐다. 최근엔 K팝 스타가 주축이 된 ‘한류 2.0’이 대세다. 드라마와 K팝 ·영화·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트가 어우러져 시너지가 발현되는 것을 ‘한류 3.0’이라고 한다면, 현지에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대재생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상유니브 같은 소프트웨어가 한국 브랜드를 살찌우는 자양분 역할을 할 것이다.”
한류 1.0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 등이 인기 끌면서
현지에서 자생적으로 한국 문화에 호감

한류 2.0

2002년 월드컵 이후 체계적인 스타 육성과
기획·마케팅으로 수출 상품화 성공

한류 3.0

현지의 문화 소비층과 직접 소통을 통해
‘맞춤형 한류’로 업그레이드

한국에선 2007년부터 ‘상상 인재’ 키워

자카르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KT&G는 나름 기대감이 있었다.
국내에서 쌓아온 ‘내공’이 든든했기 때문이다. KT&G는 2007년부터 국내에서 ‘상상마당’을 운영하고 있다. 젊음의
메카인 서울 홍익대 앞과 강원도 춘천, 충남 논산 등에서 아티스트 지망생을 대상으로 소통 중심의 문화 생태계를
지원하는 활동이다.

일반인에겐 ‘문화허브’로 유명하지만 상상마당은, 아주 특별한 ‘인재 육성 프로젝트’로도 눈길을 끈다.
예술가 지망생에게 전문적인 교육과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하는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림책 워크숍, 피규어(사람이나 동물·캐릭터 등을 정밀하게 본뜬 모형 장난감) 디자인, 문화예술 비평 분야 등에서
5~7개월간 집중 교육을 한다.
수강생들은 수료에 즈음해 작품전·전시회 같은 결과물을 내놓고, 이를 바탕으로 창업을 준비하기도 한다.
자카르타의 프란스가 바리스타 과정을 마치고 ‘인도네시아의 커피 왕’을 꿈꾸는 것과 비슷하다.

“상상에서 끝난다면
  상상마당이 아니다”

우세계씨는 이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요즘 독립 출판가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상상마당에서 출판 전문가를 양성하는 ‘어바웃 북스’ 프로추어 과정을 수료한 게 계기가 됐다.
프로추어(proteur)는 전문가(professional)와 아마추어(amateur)의 경계에 있다는 뜻으로,
전문가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우씨는 『공포의 미하악』, 『일상의 살인』
등을 펴내면서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상상에서만 끝난다면 상상마당이 아니다”고 말한다.

디자인 피규어 심화 과정을 마친 서현씨도 아트토이 작가로 활동 중이다.
서씨는 “상상 속 이야기를 아트토이로 만들고 싶었다”며 “피규어 수업을 통해 예전부터
꿈꿨던 것을 이룰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상상마당은 멋진 놀이터”라고 정의한다.

여성 솔로 뮤지션인 사비나 앤 드론즈는 대중음악 창작 지원 프로그램인 ‘써라운드’에 선발돼
지난해 2집 앨범 제작을 지원받았다. 그는 “제작비뿐 아니라 춘천 상상마당 녹음실이 제공돼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천만 관객을 모은 ‘부산행’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연상호, 록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등을
데뷔 초창기부터 지원한 곳이 KT&G 상상마당이다.

숫자로 보는 상상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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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문화예술분야 검색
순위(20~30대 대상). 온라인
노출은 연 3000만 건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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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상상마당 무대에 오른 뮤지션
숫자. 지금까지 함께 한 아티스트는
2만400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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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육성 아카데미부터 영화·공연
·전시 등 2016년 운영된 프로그램.
누적 3만여 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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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6년 상상마당 홍대·춘천
·논산을 다녀간 방문객 수. 최근엔
한해 180만여 명이 찾는다.

진화하는 사회공헌
“후원자에서 기획가로”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 (1953년)

/ 하워드 보웬 지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학문적 관심 대상이 된 것은 1950년대부터다. 경제학자 하워드 보웬은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1953년)이라는 저서에서 “기업가가 의사결정을 할 때는 사회 전체의 목적이나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부여 받는다”고 규정했다. 미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사회공헌 투자에 나선 것은 1970~80년대 들어서다.

1883년 설립된 국영 연초 제작소인 ‘순화국(順和局)’은 KT&G의 창립 기원이다. 국영 기업을 모태로 130여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KT&G는, 국민 기업으로서 회사의 성과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에서 적극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2년 완전 민영화 이후엔 ‘함께하는 기업’을 경영이념 중 하나로 선포했다.

(단위:억원)
2004년
2007년
2010년
2013년
2016년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KT&G는 매출의 2% 이상을 꾸준히 사회 공헌 활동에 지원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 평균인 0.2%(전국경제인연합회 집계)보다 10배가량 높은 비율이다.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회공헌에 나선 것은 2014년, 자카르타에 상상유니브를 시범 개설한 것은 2015년이다. 이와 더불어 현지인을 적극 채용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있다.

KT&G 사회공헌의 또 다른 키워드는 ‘청춘’이다. 미래 세대와 함께 나눔 활동을 실천해 더불어 가꾸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2013년부터 ‘도심 속 자연공원을 보존하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북한산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대학생 자원봉사자 100여 명이 참여한다. 올해 4월엔 북한산 내 산림이 훼손된 지역에 자생종인 산수국 2000그루를 심었다.

마을벽화 그리기는 지금까지 70여 회가 실시돼 8000명 넘게 참여한 인기 프로그램이다. 노후화된 옛 도심에 벽화를 그리고 화단을 가꿔 밝고 생기 있는 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프로젝트다. 올해는 부산·인천·대전·창원·전주 등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언덕 위에 도시를 짓고
기부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회를 만들자”

JOHN WINTHROP

1587년 ~ 1649년

1630년 청교도를 태우고 미국 보스턴으로 입항하던 아라벨라호 선상에서 존 윈스롭 목사는 이렇게 강조했다. “언덕 위에 도시를 건설하고 기부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자.” 이 연설은 근대 기부 문화의 연원으로 불린다(기 소르망 지음,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 문학세계). 이후 미국 역사에서 벤자민 프랭클린부터 존 록펠러,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등으로 부의 사회 환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도 1980년대 들어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복지재단이 속속 설립됐다. 다만 일회성 기부가 대부분이었다. 전담 조직을 갖추는 등 체계화가 이뤄진 것은 90년대 이후다.

KT&G 사회공헌의 키워드는 ‘상상’이다. 서울 홍익대 앞에 ‘상상 마당’(2007년)을 세워 젊은 문화예술인들을 적극 지원하면서 유명 해졌다. ‘더 좋은 내일을 응원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학생 들의 ‘자기성장’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꿈과 열정만 가져오면 이를 실현하는 지렛대가 되겠다는 게 기획 의도였다.

KT&G 사회공헌의 주요한 운영 철학은 세심함과 꾸준함이다. 디테일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사업을 발굴하고 뚝심 있게 지원한 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재단에 경승용차를 지원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장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찾아가는 복지사업’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복지 수혜자의 특성상 도로시설이 열악한 곳을 운행하는데 적합한 경차로 지원 수단을 정했다. KT&G복지재단은 2004년부터 ‘경승용차 공급사업’을 실시해 매년 100대씩, 지금까지 1400대의 경차를 전달했다.

노인 복지와 건강 증진을 위해 주최한 ‘어르신 탁구대회’는 올해 14회째를 맞았다. 2016년 11월 서울 송파구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탁구 대회에는 전국 160개 노인복지시설 소속 60세 이상 노인 1280여 명이 참여했다. 응원단까지 합치면 3000명 가까이 모이는 대형 행사다.

“물고기가 마음껏 헤엄치는
  환경 만드는 게 최종 목표”

물고기를 잡아 사회취약계층에게 전달하는 단순 기부자를 넘어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KT&G 사회공헌의 역할은 진화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물고기가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자생 환경을 만드는 최종 목표다. 사회공헌실 관계자의 말이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사회공헌은) 사회적 이슈를 발굴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개선·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공헌 활동의 최종 목표는 경제적 목적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이어서다. 그래서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 뿐만 아니라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자연스럽게 맞춤형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자카르타에서 낯선 청춘에게 낯선 제안을 꺼낸 지 2년,
이들의 이야기는 이젠 상상이 아닙니다.
이미 도전하고 탐색하며, 발산하고 있습니다.

구스티와 무띠아라, 프란스의 상상 실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