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누가 시켜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원 교육은 필요 없다’고 믿었다. 청담어학원을 취재하면서 생각이 흔들렸다. 청담러닝은 교육의 미래에 대해 공교육 못지않게 깊은 고민을 하고 용기 있게 실천하고 있었다. “과연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어두워지기도 했다. ‘학원이 다 비슷하겠지’라며 신경 쓰지 않았던 자녀의 학원이 어디인지도 다시 살피게 됐다. 이번 취재는 청담러닝과 공동으로 지난 4월부터 4개월간 단속적으로 진행됐으며, 주로 8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아이가 청담어학원에 가는 걸 좋아한다. 영어로 대화도 더 잘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문법을 더 가르쳐 달라.” 청담어학원에는 매일같이 이 같은 학부모의 문의가 빗발친다. 학교 시험을 잘볼 수 있게 족집게 문법 강의를 늘려 달라는 거다. 청담어학원은 꿈쩍하지 않는다. 문법 수업은 한 학기에 21시간으로 제한했다. 내신을 잘보기 위한 주입식 교육은 청담의 교육철학에 반하기 때문이다. 한 시간, 두 시간 야금야금 문법 수업이 늘어나다 보면 모든 게 무너진다는 게 김영화 청담러닝 대표의 ‘고집’이다. 한 직원은 “청담의 이상과 한국의 교육 현실이 싸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담어학원에 다니면서도 다른 영어학원을 동시에 수강하는 학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청담은 앞으로 영어 면접을 볼 때 도움이 될 것 같고, 다른 학원은 내신 때문에 다닌다”는 거다.
수강생이 청담을 등지는 가장 큰 이유 역시 내신 문제다. 이 같은 현상은 청담이 말로만 창의를 외치는 게 아니라 얼마나 깊고 철저하게 교육 방법론을 실천하는지 거꾸로 알려준다.
“중•고교 수행평가
점점 더 중요해져...
언어 통해 사고력 키우는
창의 공작소
이은선 상무는 “KAIST는 2018년부터 영어로 면접을 본다. 수업도 85%를 영어로 진행한다. 한국 과학영재고는 수학과 과학 수업에서 영어 교재를 사용한다. 앞으로의 영어는 문법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실제로 영어를 이해하고, 말하고, 쓰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중·고교에서 평가도 수행평가가 늘어난다. 에세이를 잘 쓰고, 소통을 잘하고, 스스로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인재를 점점 더 찾게 된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1998년 청담동 뒷골목의 작은 영어학원에서 출발했다. 20년이 흐른 지금은 단순한 어학원이 아니다. 생각하는 방법에 영어만큼이나 공을 들인다.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드는 공작소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메이커스 운동(물건을 직접 만들며 창의성을 함양하는 교육 방식)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