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약국 거리
“없는 약이 없고 값이 저렴해서”
서울 강남에서, 지방에서 종로5가 약국거리를 찾는 단골손님이
꽤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없는 약이 없고” “약값이 저렴하며”
“친절하게 설명을 잘해줘서”다. 60년 전 보령약국의 성공 포인트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청년 김승호는 손님이 찾는 약이 없으면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뒤져 이튿날엔 반드시 그 약을 구해 놓았다.
경영학 교재가 된 약국 전표
보령약국은 1962년부터 전표(傳票)제를 도입했다. 약품이 팔릴
때마다 약사에게 그 품목과 수량, 가격을 기입하도록 하고,
관리부서는 이를 넘겨받아 창구로 보내는 방식이다.
전표제가 정착되면서 재고 파악이 정확해졌고, 무엇보다 잘 팔리는
제품군을 선별해 상품 관리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 모습을 발견한
서울대 상학과 교수가 “획기적인 시스템 경영 도입 사례”라며
수업 교재로
인용하기도 했다.
제약산업의 성장판이 되다
보령은 1963년 동영제약(현 보령제약)을 인수하면서 제약회사로
발돋움한다. 한미약품의 모태인 ‘임성기약국’도 67년 종로5가에서
창업했다. 전남 목포를 근거로 하던 의약품 유통회사 백제약방
(현 백제약품)은 이곳에 서울지점을 열었다. 1897년 동화약방
설립으로 태동한 국내 제약산업이 한해 22조원 규모로 커지는데
종로5가가 성장판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