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2

도전 DNA

낮엔
게임 개발,
밤엔
디제잉

게임
디자이너 류지원

“인공지능(AI) 게임을 개발해보겠다”며 NCSOFT로 이직한 류지원.
그는 낮엔 게임을 퇴근 후 밤엔 소리를 만든다.
음원을 재조합해 더 즐거운 소리를 찾아내는 ‘디제잉’은 게임 개발과도 비슷하다.

도전하는 사람들

AI센터, 데이터캠프, 테크시네마팀, 사운드실, 엔씨유니버시티,
웃는땅콩(어린이집) 기획실… NCSOFT엔 일반 회사에선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을 가진 부서들이 많다. 낯선 이 이름들 속엔 NCSOFT의 고민이 담겨 있다. 그 안에는 게임 유저(user∙이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더 좋은 게임을 만들려는 욕심, 거대한 가상세계를 운영하는 기술기업으로서 미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내다보는 안목, 임직원 3000명 규모의 중견기업으로서 직원들의 행복을 걱정하는 마음이 녹아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네버 엔딩 체인지’(Never Ending Change, 끊임없는 변화)를 위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NCSOFT 사람들이 있다.
innovationLab이 이들과 만났다. 인터뷰에선 ‘꿈’, ‘재미’, ‘열정’, ‘변화’ 같은 단어가 유난히 자주 등장했다.

NCSOFT PEOPLE

(2017년 3월 기준)

전체 직원 중
연구개발(R&D)인력

70.7%

여성 비율

30.3%

평균 연령 35세
(최연소 20세, 최고령 56세)

35

평균 근속연수

5

락밴드·클래식음악·누드크로키
·사진·꽃꽂이·홈베이킹·보드게임
·레고·야구·농구·당구·수영
·자전거·테니스 등

17

interview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 캐릭터, 내 손끝에서

게임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전문가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특히 깊이있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게임에서는 ‘시네마틱 영상’(Cinematic Video)과 ‘컷신’(Cut-Scene) 제작진의 역할이 크다. ‘시네마틱 영상’은 영화의 트레일러(예고편)가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과 관람 욕구를 자극하듯, 게임 유저들의 몰입감을 더 하고 게임의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감정을 영화처럼 보여주는 영상이다. 게임 내에 삽입되는 ‘컷신’도 캐릭터들의 화려한 액션과 감정을 표현하며 즐거움을 더한다. NCSOFT는 2012년 동양적인 세계관을 담은 액션 무협 게임인 <블레이드&소울>을 준비하면서 테크시네마팀을 만들었다.


A. 영상에 필요한 스토리보드를 짜는 일을 한다. 지난 6월 <블레이드&소울>의 새로운 직업으로 업데이트된 ‘격사’의 홍보 영상도 우리가 만들었다. 유저들에게 해당 게임에 대한 소개와 사전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이다.


A. 2008년 미국 시애틀에서 미대(The Art Institute of Seattle)를 졸업하고 NCSOFT 자회사인 아레나넷(ArenaNet)에 취업했다. 아레나넷은 MMORPG <길드워> 시리즈를 개발한 회사다. 3D(3차원) 캐릭터 아티스트로서 실제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원화가들이 2D(2차원 평면)로 콘셉트를 만들면 내가 3D로 해석해 완성하는 작업이었다.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이다. 3년 정도 3D캐릭터 아티스트를 하다 2011년 한국에 왔다.


A. (디자인을 통해)‘살아있는 듯한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테크시네마팀에서 영상을 만들 때도 겉모습만 사람처럼 생긴 ‘마네킹’은 안 만들려고 노력한다. (게임 유저들과)감성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A. 3D 캐릭터 모델링에선 2D 상태인 원화의 매력을 3D로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에서 작업했던 <길드워2> 프로젝트에선 원화를 그저 완벽하게 구현하기보다는 재해석을 통해 더 나은 캐릭터를 찾아가는 작업이 중요했다. 물론, 중점을 두는 부분은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결과물이 그 게임의 스타일과 기획 의도에 어울리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A. 내 생각이 비주얼(시각적으로)로 나오는 과정에 대한 환희가 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NCSOFT 사옥만 그릴 때의 쾌감보다는 그 사옥 위에 엄청나게 큰 진서연(<블레이드&소울>의 캐릭터)이 앉아있다든가, 서울 동호대교에서 게임 <아이온>의 캐릭터들이 싸우는 장면을 그리는 게 재밌다. 상상을 비주얼로 표현하는 것, 그 쾌감이 있다. 그림의 가치는 ‘감성’에 있다. (게임 유저들과 게임 내 캐릭터가)연결돼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힘이다. 언덕 위에 어떤 아저씨를 그린 그림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거기에 재미가 없으면 팔리지 않을 거다. 그 아저씨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그림에는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하고 감성이 있어야한다. 보는 사람의 감정과 닿게 그리는 것, 내가 생각한대로 (이런 감정이) 잘 표현됐을 때 정말 기쁘다.


A.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누드 크로키, 라이프 드로잉(Life drawing)을 한다. 사내 드로잉 동호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누드 크로키는 게임 아트든 건축이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인체엔 디자인의 비율 등 모든 것이 다 있다. 누드 크로키는 인체를 표현하고 역동성을 표현하는 일이다. 또 매일 30분씩 스피드 페인팅 연습을 한다. 스토리가 담겨야 하고 재미가 있으며 감성이 있어야 하는 그림을 중심으로 빠르게 그리는 연습을 매일 한다. 감정 표현 연습이 많이 된다. 픽사(Pixar)나 디즈니(Disney)의 애니메이션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본다. 게임도 어차피 상업 예술이다. 대중이 좋아해야 한다. 소수보다는 대중, 매스(Mass)가 좋아해야 한다. 대중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재밌고 좋다.


A. 게임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팀워크(Team Work)가 가장 중요하다. 좋은 게임 아티스트는 기획의도에 잘 맞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니까. 특히, 프로그래머(개발자), 기획자 등과의 협업이 제일 중요하다. 우린 아트라기보다 게임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란 걸 잊으면 안 된다. 일할 땐 나만의 아트관(觀)을 펼치고 예술을 하겠다라는 생각을 피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집중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게임 아티스트라도 게임 작업에선 배제될 수 있다. 협업과 소통, 좋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내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을 만들겠다는 마음 말이다.


A. 스포츠, 특히 야구를 좋아한다. NCSOFT가 창단한 NC 다이노스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응원했던 팀을 배신할 수는 없더라. 미국에선 미식 축구를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스포츠는 인생의 활력소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그림만 계속 그리면 지겹더라. 남성성을 표출하고도 싶고. 스포츠는 내 인생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A. 사람들을 울릴 수 있는, 또 그만큼 웃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같이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VIDEO

게임에
영혼을 불어
넣는 사람

interview

맨홀 뚜껑∙벽돌∙냄비로 만든 소리, 눈치 챘나요?

게임의 재미를 배가하는 장치 중 하나는 효과음이다. 칼과 칼이 부딪히는 소리, 바람이 불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소리가 없는 게임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의 NCSOFT R&D센터 지하 2층엔 이런 게임 소리를 만들어내는 스튜디오가 있다. 스튜디오 안은 만물상을 방불케 할 만큼 물건들로 가득하다. 벽돌, 맨홀 뚜껑, 솔방울, 바이올린 활, 모의 총, 냄비, 욕조… 소리의 재료가 되는 물건들이다. 이 곳에서 박준오 폴리 아티스트를 만났다. 그는 소리의 마술사다. innovationLab이 스튜디오를 찾은 날 그는 동료인 이승기 폴리 엔지니어와 함께 <블레이드&소울>의 새로운 효과음 작업으로 한창이었다.


A. 다양한 물건을 찾아 이곳저곳 발품을 팔고 돌아 다닌다. 온라인 쇼핑도 하고 오프라인으로도 구입한다. 원룸 단지나 새로 구축된 신도시 같은 곳을 중점적으로 다닌다. 이사가 잦은 동네엔 사람들이 버리고 간 물건이 많아서 좋다. 나무 잎사귀나 솔방울 같은 걸 산에 가서 수집하기도 하고, 감자탕집에서 먹고 남은 뼈만 수거해오기도 한다.


A. 물건의 재질별로 소리를 기억한다. 기억을 해 놔야 나중에 이거는 이거랑 비슷하겠다, 이런 게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물건을 고를 수 있다. 필요한 물건을 찾으려고 고물상에도 자주 간다.


A. 자주 쓰진 않지만 맨홀 뚜껑이다. 가져오는 데 제일 힘들었기 때문에. 고물상에서 사 왔다. 고물상 직원이 차에 실어주기는 했는데 무게가 100kg이 넘는다. 차에서부터 스튜디오까지 가져오는 게 너무 힘들었다. 또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은 손에 익으니 애착이 생긴다. 철갑 옷을 입은 캐릭터들이 움직이면서 나는 철렁철렁한 소리를 내기 위해 특별히 만든 세트도 있다. 헬스클럽에서 쓰던 운동기구들을 조합해 직접 만들었다.


A. 가끔 댓글이 달린다. ‘이런 소리도 있어?’ 같은 댓글을 보면 뿌듯하다. 예전에 영화 사운드 작업을 할 땐 관객이 인공적인 소리인지 눈치 못 채게 자연스럽게 하려고 애썼다. 작업을 했다는 티가 안 나야 더 잘된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요즘엔 추세가 좀 바뀌어서 장면의 포인트나 이미지의 메시지에 맞는 소리를 원하는 요구가 커졌다. 폴리 아티스트(Foley Artist)는 사물이나 신체로 음향 연기를 해 효과음을 만들어내는 전문가다. 이 작업을 현대적으로 정립한 잭 폴리(Jack Foley)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개별적인 음향 효과를 폴리라고 하고, 이 작업이 이뤄지는 장소는 폴리 스테이지다.


A. 원래 음향 관련 일을 하고 싶어서 학교를 갔다가, 영화 후반 작업을 하는 동아리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이런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수님 권유로 해보니까 너무 재미있어서 자연스럽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A. 쾌감이 있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소리를 내가 만들어내서 상대방에게 완벽하게 전달할 때. 반대로 내 머릿속에는 있는데 내가 소리를 잘 못 내서 머릿속에 있는걸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하면 굉장히 답답하다. 잘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A. 사운드는 기능적으로 들어 갸아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이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걸어오는 발소리가 게임 유저의 등 뒤에서 들려오면 ‘후방에 적이 있다’는 느낌을 주는 재미가 있지만, 이런 소리는 (후방 사운드를 지원하는)스피커가 없는 유저들한테는 피해가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를 위해 소리가 더 많은 리얼함과 쾌감을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음량을 꺼두고 모바일 기기로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많다. 그래서 내 일을 더 열심히 한다. 소리없이 게임을 해도 재밌다면 내입장에선 많이 아쉽다. 유저들이 리얼한 소리를 들으면서 게임을 해야 더 재밌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A. 습관적으로 소리의 기억을 하려고 노력한다. 모양과 재질이 각각 다른 물건들을 비빌 때 어떤 소리가 나는 지를 기억해놔야 다음에 유사한 다른 물건을 봤을 때 예측을 할 수 있다. 나름의 라이브러리를 머릿속으로 구축하려고 한다. 그래야 내가 필요한 소리에 떠오르는 물건이 생긴다.


A. 물건을 찾고 녹음하는 것에 따라 좌우된다. 실제 녹음해서 괜찮은 것들은 다시 사용하기 위해 라이브러리화 시킨다.

VIDEO

나,
NC의 미생

interview

월요일 출근이 기다려진다면…

게임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 프로 게이머다. 2000년대 온라인게임 산업이 성장하면서 ‘e스포츠(electronic sports)’로 불리는 인터넷게임 스포츠 시장이 형성됐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린다.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 선수 관리와 대회 규칙, 대회 방식을 일찌감치 체계화했다. 여기엔 1990년대 후반 전국 곳곳에 들어선 PC방 문화와 대형 온라인게임을 내놓은 국내 게임 회사들의 영향이 컸다. 기업들이 프로 야구·축구단처럼 프로게임단을 창단하면서 수억 원의 연봉을 받는 세계 최상위권 프로게이머들도 속속 배출됐다. NCSOFT 황연택씨도 한때 세계 1위를 달리던 프로게이머였다.


A.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그런데 집엔 게임기가 없었다. 친척 집에서 친척들과 여럿이 돌아가며 게임을 했다. 키패드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다 보니, 어떻게 하면 게임을 더 잘 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상상의 플레이를 하면서 내 차례를 기다리곤 했다. 자연스럽게 실력이 올라갔다. 수능시험을 치른 이후에 본격적으로 게임을 했다. 당시 웨스트우드 스튜디오의 <커맨드 앤 컨커 (Command & Conquer) 레드얼럿2>의 세계 온라인랭킹 1위에도 올랐다. 그러다 블리자드가 개발한 <워크래프트3> 출시 전 베타 테스트 때부터 그 게임을 하다가 대회에 입상하면서 프로게이머 자격 요건을 갖췄다.


A. <워 크래프트3> 프로게이머로 프로게임단에 속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에 비해선 대중성이 떨어지고 상금 외엔 별다른 수입이 없어 안정적이진 않았다. 결정적인 계기는 내가 방송 경기에 약하다는 걸 알고부터다. 한 번은 세계대회 온라인 예선을 집에서 치르고 있었는데 너무 떨렸다. 방송에선 실력 발휘를 더 못하겠더라. 프로게이머 생활을 계속 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고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게임회사에 입사했다. 당시는 게임 QA(Quality Assurance)가 체계적이지 않은 시기였다. 게임 회사에 QA 전담팀이 없는 곳도 많았고, 게임 유저가 버그(결함)를 신고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품질을 관리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NCSOFT엔 내가 입사할 당시(2005년)에 이미 QA팀에 30명이 있었다.


A. 게임의 개발 단계부터 출시되기까지 전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을 한다. 게임 기획안이 처음 나오면 기획안에서 고려해야 할 점들을 함께 검토하고 게임 출시 전에는 프로그램의 안정성, 디바이스(기기)와 게임의 호환성 등을 점검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어뷰징(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행위)과 예외적인 상황에서 발생하기 쉬운 이슈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여러 활동들을 한다.


A. 내 인생의 첫 직장인 이곳에서 첫 프로젝트로 <아이온> 을 출시했던 날이다. 2008년 11월 11일 오전 6시에 회사 대강당에 100여명 정도 모여서 오픈 베타 버전 출시 현장을 지켜 봤다. 전광판에 유저들의 접속량이 급속히 늘어나는 걸 보면서 정말 행복했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다음날 회사 출근할 생각에 그냥 기분이 좋았다.


A. 가장 큰 변화는 회사 동료이던 아내를 만나 보금자리를 꾸린 것이다. 또 다른 변화라면, 프로게이머처럼 게임이란 영역에서 가장 잘 드러나 보이는 영역에 있다가 게임 산업에서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QA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가 재미있다.


A. 아직도 하지 못한 일, 해 보고 싶은 일들이 참 많다. 특히, QA 작업을 더 고도화하고 싶은데 그걸 NCSOFT와 같이 하고 싶다. 스물 세 살에 입사해 이제 내 나이 서른 다섯이 됐다. 과거엔 개인의 역량에 집중했던 시기였다. 지금은 팀에서의 역할, 그리고 소통 방식 등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회사에서 배우고 있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게 뭔지 확신을 얻게 해준 곳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NCSOFT는 나의 동반자다.

2억 명이 찾아오는 놀이터

1억 9218만 명 전세계 곳곳에서 NCSOFT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수다. 2억명을 불러모은 놀이터의 시작은 온라인게임 <리니지>였다. <리니지>는 수천~수만 명이 동시에 게임 세계에 접속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는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대규모 다중접속자 온라인 역할수행 게임)다.

1998년 9월 출시 첫 달 동시 접속자 500명을 돌파한 <리니지>는 2년 후 동시에 10만 명이 몰려드는 인기 게임이 됐다. 1990년대 후반 확산된 PC방과 일반 가정 초고속인터넷 열풍과 맞물리며 <리니지> 같은 국산 MMORPG 게임들이 급성장한 시절이었다. <리니지>는 내년이면 출시 20주년을 맞는다. 20년째 이어지는 거대한 가상 세계, 그 생명력의 비결은 ‘리니지스러움’이다. ‘알아서’ 유저를 즐겁게 해주는 법이 없는 불친절함, 유저가 스스로 선택한 결정에 따라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야 재밌는 능동성이다.

오리지널 리니지의 세계를 이어받은 리니지2(2003년 출시)에선 온라인 최초의 시민 혁명이 일어나기도 했다. 레벨이 낮은 유저들에게 아이템 거래시 세율을 높게 매기고, 게임머니의 물가를 올려 유저들의 생계를 위협한 폭군 혈맹(길드∙소속 팀)을 평범한 유저 연합군이 무너뜨린
‘바츠 해방 전쟁’이다. 2004년부터 4년간 이어진 이 전쟁에 참여한 연인원은 20만 명에 달했다. 바츠해방전쟁은 게임 유저들이 스스로 서사를 만들어낸 디지털 스토리텔링으로 기록됐다.

세계로 나간 한국 게임

*자료:대한민국게임백서

NCSOFT 창업후 19년 만에
연매출 1800배

*자료:금융감독원∙NCSOFT

  • 2016년9835억 5687만 원
  • 2015년8382억 9760만 원
  • 2009년6347억 4237만 원
  • 2003년1692억 851만 원
  • 1997년5억 4629만 원

자료:금융감독원∙NCSOFT

interview

이불 뒤집어 쓰고
컴퓨터 게임하던
소년, 리니지
캡틴이 된 이야기


A. 사실 리니지는 우리 개발자들이 만드는 게임이 아니다. 우리가 룰을 정하면 사용자들이 플레이를 통해서 다양한 재미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게임이다. 그런 ‘리니지스러움’이 매력이다. 축구가 100년 넘게 계속 이어지는 스포츠게임이 된 이유는 축구의 룰을 만든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재밌어 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스토리 때문인 것과 비슷하다. 리니지 개발자로서 우리는 공정한 룰과 환경을 만들어서 유저들 사이에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게 하고 싶은 거다. 그러려면 우리쪽 버그(결함) 때문에 유저들의 선택이 제한 받지 않도록 룰을 공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A. 게임 시스템이 유저에게 강요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직접 가르쳐주는 것보다, 유저가 스스로 깨닫게 되는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게임성이다. 레벨이 낮은 유저에게 ‘저 사냥터에 가서 사냥하면 그 다음 플레이가 쉬워요’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그 사람이 주변의 다른 유저에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물어보고 습득하게 해야지, 시스템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A. 2012년 5월 리니지 개발실장이 되면서 그간 쌓여있던 유저들의 불편을 빠른 속도로 해결했다. 리니지의 가능성을 더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굉장히 간절했다. 사실 요즘은 리니지가 강력한 IP(지식재산권)으로 크게 주목을 받지만, 19년 전 리니지 출시 이후 NCSOFT는 다른 대형 게임들을 계속 출시했기 때문에 리니지는 점점 주목 대상에서 멀어져 갔다. 유저들에게 다시 사랑받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많은 토론을 거치며 개선했다.


A. 리니지 개발자들은 ‘리니지스러움’과 ‘리니지답게’ 게임을 만드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는 리니지라는 이름만 들어본 대다수 사람들을 저희가 다수로 생각하면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니지답지 않은 시도인 줄 알면서도, 새로운 리니지 유저를 위해 내부에 채찍질을 많이 한다. 이 과정이 되게 고통스럽지만 계속 해야 한다.


A. 대학(카이스트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2003년에 병역특례 하면서 NCSOFT에 입사했다. 그때 처음 리니지도 시작했다. 그때 이후 줄곧 리니지 개발실에서 일해 리니지와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A.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XT 컴퓨터를 처음 접하고 테트리스, 알카노이드, 페르시아의 왕자 같은 도스(DOS) 게임들에 푹 빠졌다. 내가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있으니, 부모님은 정말 못마땅해 하셨다. 눈치가 보여서 밤에는 모니터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려고 이불 뒤집어 쓰고 게임을 하기도 했다.


A.게임은 영화나 TV프로그램과 달리, 나의 상황과 나의 선택에 대해 반응이 바로바로 오는 게 좋았다. 그렇게 게임을 좋아하다가 초등학교 고학년 땐 직접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간 많이 안들이고도 게임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나 대신 게임해주는 소프트웨어 로봇 같은 걸 만들기도 했다. 대학에 갔더니 나처럼 게임 좋아하다가 컴퓨터공학과 온 친구들이 상당히 많아서 반가웠다. 대학 때도 그 친구들과 게임하고 많이 놀았다ㅎㅎ


A. 내가 게임에 반영한 것에 대해 유저들로부터 바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즐겁다. 내가 만든 환경에서 사람들이 여러 얘기를 하고 활동을 하는 게 내겐 큰 동기 부여가 된다. 개발자들도 그런 과정을 즐긴다. 또 좋은 개발자들과 같이 뭔가 어려운 문제들을 극복하고 해결해가는 과정 자체도 즐겁다.


A. 약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리니지 모바일 게임을 시작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 들면서 집에서 컴퓨터 한번 안 켜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뉴스도 게임도 모두 모바일 기기로 보니까. 그렇다보니 나한테 태블릿을 선물로 주면서 ‘여기서 리니지 좀 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하는 지인도 있었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모바일 리니지가 PC 버전 리니지랑 똑같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모바일 기기에서 리니지스러움을 즐길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게임은 론칭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유저들의 행동을 계속 관찰하고 발빠르게 반영하겠다.


A. 미국, 중국 같은 큰 시장에서 리니지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고 싶다. 글로벌 IP가 되려면 노력해야할 게 아직도 많다. 모바일게임인 리니지M이 그런 성장에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별로 다른 유저들의 성향을 잘 반영해서 큰 시장에서 리니지M을 성공시켜 보겠다.


A. NCSOFT는 내 인생의 전성기, 가장 패기있고 에너지 넘치는 시기를 보낸 회사다. 내 꿈을 같이 실현하는 공간이다. 김택진 대표가 NCSOFT의 철학을 얘기하면서 ‘우주정복’이라는 말을 참 많이 하는데, 사실 어찌보면 말도 안되고 비현실적인 것 같만, 나는 그런 태도가 너무 좋았다. 그 영향을 받았는지, 내 꿈은 ‘전세계 5억명이 즐기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웃음). 그래서 약속 지킬 때까지 계속 게임 개발만 해야할 판이다. 하지만 5억명이 즐기는 게임이라는게 돈을 많이 버는 게임이라는 말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이로운 게임이어야 5억명이 즐길 수 있다.


A. 사람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게임이 사람들에게 간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그 경험의 내용이 실제 삶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그런 힘을 주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다.


A. 개발자는 실행하는 데 집중을 많이 한다. 그래서 누가 이런 것 좀 해보자고 하면 ‘그건 못한다’ ‘안 된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그렇게만 일하면 고만고만한 결과물밖에 못 만든다. 긴장감이 생기는 목표를 세우고, 그걸 달성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개발자들에게 그런 경험을 줄 수 있는 리더가 되려고 한다.

게임, 인간의 욕망을 담은 문화상품

"게임을 한다는 건, 불필요한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전하는 행위"

세계적인 게임 연구가 제인 맥고니걸은 이렇게 말했다. 안 해도 되는데, 굳이 장애물을 넘느라 애를 쓰는 노동, 그게 게임이다. 이런 게임을 컴퓨터로 즐기는 사람이 전세계에 26억 명이다. 지구인의 3분의 1이 컴퓨터 게임을 한다는 얘기. IT산업 전문가인 메리 미커(미국 벤처캐피털 KPCB 파트너)의 <인터넷 트렌드 2017>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 그 숫자는 1억명이었다. ‘게임과 문화’를 주제로 연구해온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한국예술학과) “게임은 인간의 ‘내기’에 대한 원초적 욕망이 담겨있다”며 “게임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 온 문화적 콘텐츠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interview

한국 게임,
<반지의 제왕>
못지 않은 문화 상품


A. 성경에 보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자 ‘예수에게서 벗겨낸 옷을 누가 가져갈 지’를 두고 군인들이 ‘내기’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왕들도 싸움과 내기를 반복했다. 상납이나 선물도 대접하는 배려심이 아니라, 일종의 내기였다. 운명을 좌우하는 순간에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확률 게임’이 고대부터, 주사위 게임이나 투전, 각종 내기 게임으로 존재했다. 인류의 시작부터 게임이 있었다. 인간에겐 내기에 대한 원초적 욕망 같은 게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이나 공부에서 이기고 싶은 욕망, 확률에 대한 기대감이 그 욕망의 밑바닥에 있다. 뭔가를 획득할 확률이 99%인것 보다 그 확률이 낮으면 낮을 수록 기대감은 커진다.


A. 게임을 시간소모용 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이다. 게임산업계나 학계 모두 게임이 가진 문화적 가치에 대해선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영화를 수준 높은 문화나 예술로 여기고, 영화비평과 영화 콘텐츠에 대한 연구 저변도 넓은 데 비해, 게임은 산업적 규모에 비해 문화예술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토론하는 학자들이 많지 않다. NCSOFT의 <리니지>·<블레이드&소울>이나 미국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엔 <반지의 제왕> 못지 않은 신화적 서사가 있고 예술적 가치가 충분하다. 고대 시인 호메로스의 대서사인 <오디세이아>나 <일리아스> 못지 않은 스토리가 있는 게임들의 문화적·예술적 가치를 키워내지 못하니, (사회가)게임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만 보게 됐다.


A.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의 미디어랩이나 뉴욕대(NYU)의 게임센터에선 게임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다. MIT는 게임 관련 책만 시리즈로 20권 이상 냈다.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도 게임과 예술·미디어아트의 관계에 대해 미학적 철학적 연구를 깊이 한다. 한국엔 이런 문화적 연구 기반이 약하니, ‘게임 과몰입’ 같은 이슈에 대해 입법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만 부각되는 것이다. 국내 게임업계도 반성 좀 해야 한다. 게임 과몰입 이슈에 대응하는 예산의 10분의 1만이라도 이런 연구에 쓰면 좋겠다.


A. ‘게임을 많이 하면 뇌가 손상된다’는 건 원래 일본에서 나온 주장이었다. 그걸 국내에서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 주장의 근거는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자들이 과다 복용을 하면 뇌 전두엽에서 나오는 도파민에 있다. 도파민은 쾌감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게임중독론자들은 마약에 중독되면 점점 복용량을 늘려야 처음과 비슷한 양의 도파민이 분비돼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게임도 시간을 오래 들여서 해야 처음과 비슷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마약 중독과 게임 과몰입이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결과(도파민 분비)가 같더라도 그 과정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뇌과학 연구에따르면 인체에서 도파민이 가장 잘 분비될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첫 키스를 할 때다. 키스를 할 때와 마약을 할 때 모두 도파민이 분비되지만, 그 두 가지의 감정이 결코 같지 않다. 게임과 마약을 똑같다고 보기 어려운 근거다. 도파민 분비 자체는 신경적인 반응일 뿐인데, 이를 왜곡해선 안 된다. 물론, 게임을 과하게 오래 하면 당연히 부작용이 있다.


A. 게임을 하면 집중력이나 주의력이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과학자 다프네 바빌리아는 산만한 아이들의 치료 방법으로 게임을 연구해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 시력이 좋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주의를 기울이고 초점화 시켜야 하니까. 사물에 대한 판단력이 더 민감해진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물론 게임을 24시간 내내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계속하면 당연히 부작용이 있다. 노인의 경우 적당히 게임을 즐기면 뇌 운동에도 도움을 준다.


A. 흔히 말하는 ‘게임하는 시간’과 ‘생애주기적 관점에서의 게임하는 시간’을 따져 보자. 전세계인이 게임하는 데 쓰는 시간이 일주일에 210억 시간이다. 이 정도로 사람들은 게임을 좋아한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반복’이고, 어떤 미션을 달성하는 행위다. 이런 속성상 게임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게임 중독론자들은 게임이 일정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 반복적인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중독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인간이 왜 그런 반복적인 행위를 하는 걸까. 올라가려는 욕구, 상향 욕구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면, 욕구의 존재를 부정하라는 얘기가 된다. 여기서 24시간 쉬지도 않고 게임하는 사람은 예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조절 능력이 있다. 한가지 더.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엄청나게 많은 게임을 하면서 산다. 꼭 컴퓨터나 스마트폰 게임이 아니라도, 운동 경기의 내기, 일상 속 사다리타기도 게임이다. 나도 재수할 때 게임을 하다 대학도 못 가고 폐인처럼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인생을 길게 보면 별 문제가 안 된다. 극히 일부에서 부작용도 있지만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먹는 대신 감수할 위험 같은 것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A.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문제 때문에 생겼다. 하지만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실제로 게임을 제일 많이 하는 세대는 10대가 아니라 30대다. 게임에 돈을 많이 쓰는 연령층도 30대다. 청소년의 건강이나 학습을 위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는 게임을 하지 말라는 것이 셧다운제의 취지인데, 셧다운제에는 위헌적 소지가 많다.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국가가 시간을 규제해 방해하는 것이니까. 또 건강권 때문에 셧다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궁색한 변명이다. 학생들에게 새벽까지 공부시키는 게 더 건강을 해치는 일 아닌가. ‘늦게까지 공부하는 건 건강에 나쁘니 그만 잠자라’고 얘기 안하면서 건강권을 얘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실효도 크지 않았다. 셧다운제는 일종의 전시 행정 아닌가 생각한다.


A. 산업적으로도 게임은 국내 시장규모가 10조원이 넘을 정도로 컸다. 영화 산업이 2조원이 좀 넘는다.수출 효자 종목이고 산업적 기반도 넓다. IT∙문화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정보통신기술 연구개발(R&D)에도 영향을 미친다. IT 인프라가 잘 돼 있는 한국으로선 규제를 좀 풀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만 잘 가동된다면 정말 유망한 산업이다. 최근 한예종에서도 게임학과를 만들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게임학과가 만들어진다면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는 중요한 제도적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 환경과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게임이 영화나 대중음악보다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A. 문화적 측면에서 게임에 대해 최소 세 가지의 연구가 필요하다. 게임에 대한 인문학 개론, 게임이 10년 후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미래학 보고서, 게임 콘텐츠의 연대기와 문화 현상 같은 역사를 정리하는 문화사가 필요하다. 장기 연구가 필요한 부분에 게임회사들이 관심을 갖고 투자하면 좋겠다. 사회에도 바라는 게 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놀이다. 현실에서 만족할 수 없는 가상의 만족도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보상이다. 이 보상이 결코 나쁜 게 아니다. 게임이 사람을 유익하고 즐겁게 해준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좋겠다. 일본의 만화처럼 게임이 국민에게서 사랑 받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

글로벌 IP 제국을 꿈꾸다

스파이더맨∙캡틴 아메리카∙아이언맨∙엑스맨. 할리우드 배우 못지 않게 몸값 비싼 캐릭터들로 이뤄진 ‘마블 어벤져스’는 대표적인 글로벌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다. 어벤져스의 아버지 마블코믹스는 1930년대 미국에서 만화출판사로 설립됐다. 현재는 뛰어난 IP를 무기로 영화, 소설, 완구, 테마파크, 게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마블의 IP를 손에 넣고자 월트 디즈니는 2009년 마블을 무려 40억 달러(당시 5조원)에 인수했다.

강력한 게임 IP <리니지>를 보유한 NCSOFT도 IP 제국을 꿈꾼다. 원조 <리니지>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리니지M>은 2017년 6월 21일 출시 전 사전 예약자만 550만명을 넘었다. 성인인구 10명중 1명 이상에 해당된다. NCSOFT는 이외에도 게임 IP를 뮤지컬로, 피규어로 제작하며 IP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다른 게임개발사에 로열티를 받고 빌려주기도 한다. NCSOFT가 2003년 출시한 <리니지2>는 게임회사 넷마블이 지난해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개발해 크게 흥행시켰다. NCSOFT의 로열티 수입은 2000년 약 13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엔 그 100배에 달하는 1220억 7311만원으로 늘었다.

NCSOFT가 게임 로열티로 벌어들인 수입

  • 2016년1220억 7311만 원
  • 2012년600억9657만 원
  • 2008년203억 8840만 원
  • 2004년346억 3092만 원
  • 2000년12억 9616만 원

자료:금융감독원